스타일지 : 테란vs저그 초반 전략에 허무하게 무너졌어요.

이번에도 서킷브레이커에서 저그를 만났습니다

요즘 스타를 하면서 조금씩 이기는 경기가 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서킷브레이커에서 저그를 만났고, 저는 7시, 상대는 11시에서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초반부터 무리하게 달려드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평소처럼 앞을 보고 운영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초반에는 8SCV에서 입구 쪽에 서플라이 디포를 짓고, 10SCV에서 바로 옆에 배럭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정찰 방향 하나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원래 저는 정찰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반시계방향으로 돌았고 5시부터 확인했습니다.

상대는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5드론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상대의 본진을 확인하기도 전에 저글링이 먼저 제 본진에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번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5드론을 못 막았다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의 초반 의도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평소의 운영을 그대로 시작했다는 것이 더 컸습니다.

마린 한 기와 심시티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저글링이 들어오는 것은 빠르게 알아챘지만 당시 제 병력은 마린 한 기뿐이었습니다. 입구 쪽에 건물을 지어놨기 때문에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글링 6기가 몰려오면서 마린이 전부 잡혔습니다.

상대는 제가 입구 쪽에 건물을 지은 것을 보고 5드론 이후 다른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저글링을 생산해서 밀어붙인 것 같습니다.

결국 배럭은 떠 있는 상태가 됐고 저는 SCV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SCV까지 모두 동원해서 최대한 싸워봤지만 저글링이 계속 추가되면서 일꾼만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더 해볼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서 바로 GG를 쳤습니다.

이번 패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이번 경기를 끝내고 복기하면서 제가 생각한 패배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첫 번째는 초반 정찰이 늦었다는 것입니다.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정찰을 시작했고, 그 결과 상대가 어떤 빌드를 준비했는지 확인하기 전에 공격을 먼저 맞았습니다.

두 번째는 최근 경기에서 생긴 자신감 때문에 상대의 초반 공격 가능성을 너무 낮게 본 것입니다. 최근에는 저그가 부유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초반 러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상대를 정찰해서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제가 미리 만들어놓은 예상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심시티를 했다는 사실만 믿었던 것입니다. 입구를 막아놓으면 당연히 어느 정도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반 병력이 한 기뿐인 상황에서는 좋은 심시티만으로 모든 공격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세 가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게임이 끝났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초반을 다르게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게임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내가 생각하는 상대의 빌드와 실제 상대의 빌드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상대가 요즘 어떤 플레이를 많이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초반 전략을 배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저글링이 빠르게 들어올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찰을 통해 실제 상황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그리고 정찰 방향도 다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처럼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그만큼 상대의 초반 움직임을 늦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제가 익숙한 방식으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에서 느낀 것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심시티와 정찰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건물을 어디에 짓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건물이 필요한 이유를 상대의 움직임과 함께 생각해야 했습니다.

5드론 자체가 막기 어려운 전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주 빠른 타이밍에 저글링이 들어오고, 내가 그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습니다. 그래서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상대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너무 빨리 상대의 플레이를 단정했던 것이 더 아쉬웠습니다.

최근에 조금씩 이기면서 자신감이 붙었는데, 이번 패배 덕분에 다시 초심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내가 준비한 빌드보다 상대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번 경기는 그걸 아주 짧고 강하게 알려준 한 판이었습니다.

다음에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는 초반부터 제대로 정찰해보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번처럼 무엇을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경기는 만들지 말아야겠습니다.